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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숲길에서 발견한 작은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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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6-11 / 전원속의 내집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유행어가 인기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해도 심심하지 않은 집. 무료하기는커녕 꽉 찬 행복감을 준다는 양평 시골집을 찾았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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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산 자락부터 이어지는 봉미산 중턱에 자리한 흙집. 흙과 나무, 돌과 같은 천연재료로 지어져 주변 환경에 이질감 없이 스며든다.

 


양평에서 비포장도로를 만나더니, 게다가 베테랑 취재진이 길을 잃고 헤매다니. 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곳은 양평 단월면에서도 한참 들어간 산음리 숲속이었다. 핸드폰도 안 터지는 산중에 있으니 이곳이 강원도인지 경기도인지 헛갈리는 찰나, 멀리서 우리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발길이 멈춘 곳은 생각지도 못한 넓은 터.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땅에 작은 흙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주인 김경민 씨도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양평에서도 외진 곳이라 오는 길이 쉽진 않죠.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오지였어요(호호).”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경민 씨는 친구 따라 나선 길에 무엇에 홀린 듯 이 땅을 계약했다. 단지 자연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산 한가운데 임야를 덥석 산 것이다. 주변의 걱정과 만류 속에서 부부는 주말이면 산속에 들어와 차근차근 땅을 일궜다. 몇 차례 토목 공사를 통해 큰 나무와 돌을 정리하고 보니, 휑한 황무지가 부부 앞에 섰다. 돌을 나르고 풀을 뽑아 작은 텃밭을 만들고, 텐트 하나 오롯이 놓일 그늘도 얻었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컨테이너 한 채라도 두라고 성화였는데, 산골 정취를 깰까 봐 극구 사양했어요. 대신 물가 주변으로 소박한 평상 몇 개만 두고 친구들과 휴일을 보내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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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간 가꾼 정원은 자연석과 야생초들이 어우러져 예스런 정취를 풍긴다.

 

 

그러는 사이 아들딸은 사회인이 되었고, 부부는 그제야 집짓기를 결심했다. 텐트 생활을 한 지 2년 만이었다. 최대한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집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결론은 흙집에 닿았다. 20평 남짓한 규모에 방과 거실은 하나씩, 여기에 구들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전통 방식 그대로의 흙벽돌을 찾다가 인토문화연구소에 설계·시공을 맡겼고, 집은 목수들의 땀방울로 3개월간 지어졌다.

별도의 구조재 없이 흙벽돌로 벽체를 쌓은 뒤, 여기에 보와 도리를 올리고 국산 낙엽송으로 서까래를 삼았다. 손으로 치대 만든 벽돌이라 일정하지 않기에 줄눈을 넣는 데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 덕에 목수들의 노고가 곳곳에 묻어난다. 지붕은 단열재와 지붕 전용 황토벽돌을 넣고 굴참나무 너와로 덮었다. 자연 소재로 지었기 때문인지 오래 가꾼 땅에 새집이 들어섰음에도 이질감 없이 조화롭다.

“집을 짓기 전에, 다른 집들을 많이 보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내 집을 짓고 부쉈어요.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집이기에 충분히 만족스럽고, 반년이 지난 지금 보니 살수록 더 좋은 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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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면적은 30평이 안 되지만, 데크 면적을 규모있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데크 위에는 2인용, 8인용 테이블과 파라솔이 다 들어가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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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는 작은 주방과 거실, 구들이 있는 방 한 칸이 전부지만 손님들이 와도 즐기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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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른 마당을 앞에 둔 주택 정면. 긴 처마 덕분에 집은 실제 면적에 비해 훨씬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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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서까래 루버 - 타이벡 - 테크론 10T - 지붕용 황토벽돌(100×300×300㎜) - 테크론 10T - OSB합판 - 방수시트 2겹 - 굴참나무 너와 순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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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길이까지 낸 처마는 더운 날, 실내에 쏟아지는 햇빛을 막고, 비바람으로부터 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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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평소 벌목한 나무들을 구해 겨울철 땔감을 수시로 만들어 둔다.


4 구들방과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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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의 방은 구들이 깔려 있다. 집 뒤편에는 아궁이가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는데, 목재를 이용해 비가림막을 만들어 오붓하게 활용한다.
아궁이는 불길이 고래로 바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한 번 불을 때면 하루 종일 방바닥이 식지 않는다. 이 구들방과 거실의 벽난로로 겨울을 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대지면적 : 825㎡(250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85㎡(26평)
연면적 : 153㎡(46.58평)
건폐율 : 19.32% 
용적률 : 35.16%
최고높이 : 4m
공법 : 기초 - 줄기초, 통방석 / 지상 - 황토벽돌 쌓기
구조재 : 벽 - 황토벽돌 이중쌓기 / 지붕 - 더글라스퍼, 낙엽송
지붕마감재 : 굴참나무 너와
창호재 : 이건창호
설계 및 시공 : 인토문화연구소, 031-886-7806
              www.intocom.kr
총 건축비 : 1억3천5백만원(가구 및 조명 등 모두 포함)

 

 

가족은 이 집에서 보내는 가장 행복한 때를 ‘멍 때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눈이 듬뿍 와서 고립되는 날은 더 신이 나기도 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기분, 그게 은근 중독성이 있어요. 그래서 저흰 아직도 이 집에 오는 길이면 가슴이 뛰어요.”

처음 심었을 때 젓가락만 했다던 소나무 모종이 이젠 제법 조경수 같아졌다. 그동안 부부의 행복도 그만큼 커지고, 마음은 더 넉넉해졌다. 시골집 마당에서 수확한 먹거리들은 도시의 이웃들에까지 전해지며, 그렇게 행복도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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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가꾼 마당과 어우러진 흙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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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한때를 보내는 건축주 김경민 씨  ▶ 남편은 가끔 이불 빨래도 직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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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중한 들보가 매력적인 흙집 내부. 거실에서는 큰 창을 통해 마당 전경과 너머의 산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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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맞춤 결구 방식으로 시공한 보와 도리는 더글라스퍼 수종이다. 흙벽돌을 이중으로 쌓은 벽체는 이들을 모두 지지할 만큼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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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낙엽송으로 만든 서까래와 루버. 옹이가 아름답다.


3
일정하지 않은 손벽돌의 단면들이 자연스럽다. 분홍색 줄눈 역시 접착제 없이 황토로 만든 천연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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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퍼로 창틀을 짜고 시스템창호를 설치해 단열에 신경 썼다.

5
9배 콩물한지로 마감한 바닥. 한여름에도 끈적임 없이 보송보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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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도다완님의 댓글

이도다완 작성일

간결하고 단아한 느낌의 익숙해진옷처럼  편안합니다.. 축복받는 생활을 가지십시요..

카열님의 댓글

카열 작성일

자연과 함께하는 집같아요 넘 아름답습니다.
감사하게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