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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 속 두꺼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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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6-04 / 전원속의 내집

조용한 마을 골목에 자리한 집의 첫인상은, 애써 뽐낸 흔적 없이 소박하고 깔끔하다. 아내를 위한 작은 가게가 딸린 살림집에서는 오늘도 세 식구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취재 김연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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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숍과 주거공간이 동시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 집 곳곳에 재미난 동선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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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주인 김대일, 전영주 씨 부부와 귀여운 네 살배기 아들 선구  ▶ 2층에서 바라본 거실 및 주방 공간.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주얼리 공방 겸 숍을 운영하는 아내와 네 살 아들을 둔 건축주 김대일 씨는 그래픽 관련 일을 해왔다. 서울에 살다 다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게 되면서 가족의 삶을 오롯이 담아낼 주택을 신축하고자 했고, 본인이 그려온 집을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공사와 건축가를 찾았다.


마침 건축주가 미리 정해놓았던 시공업체에서 경량목조주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건축가로 삼간일목 권현효 소장을 소개했다. 그렇게 대구에 있는 시공자, 고향 대구로 다시 내려가게 된 건축주, 대구를 고향으로 두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건축가가 만나게 되었다. 그것이 대구 오래된 도심 속 ‘두꺼비집’의 발단이다.
건축주는 서재 겸 작업공간과 아내의 작은 숍 그리고 세 식구의 생활공간이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연결되는 집을 구상하며 대지를 매입했다. 원래 대지에는 동서로 길고 남쪽으로 넓게 펼쳐진 재미있는 땅에, 매우 낡고 오래된 단층 시멘트 벽돌조의 건물이 서 있었다.


“일단은 집을 리모델링해서 살아볼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볼수록 상태가 너무 낡아서 겁이 났죠. 우리 가족이 사용하기에 구조가 전혀 맞지 않기도 했고요. 아이가 어려서 숍과 주거공간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고, 신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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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전 대지에 놓여있던 오래된 주택  ▶ 골목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주택 외관. 건물 속에 쏙 들어간 아내의 작은 가게가 오가는 이의 시선을 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대지면적  : 177.65㎡(53.73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80.86㎡(24.46평)
연면적 : 116.75㎡(35.31평)
건폐율 : 45.52%(법정 60%)
용적률 : 65.72%(법정 200%)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6.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지붕 – 2×10, 구조목 + ESB보드 + 2×2 지붕, 벤트 + 루핑시트 + 멤브레인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외벽마감재 : 파렉스 아쿠아솔
단열재 : 그라스울 24K 140㎜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60㎜
창호재 : 필로브 시스템창호, 벨룩스 전동천창(삼중유리)
설계 : 건축사무소 삼간일목 + 디자인스튜디오 고다
시공 : 디자인 스튜디오 고다

 

 

Architect’s Say  |  건축사무소 삼간일목 권현효 소장

“우연한 만남, 그 안에서 소중함이 쌓여간다”

올 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때에 주방 상부에 뚫려 있는 고측창을 보니 옆집 용마루의 망와에 적혀있는 글자 하나가 창 한가운데로 딱 들어 왔다. ‘福’이었다. 건축주와 함께 발견한 후, “우와~ 이 집은 진짜로 복이 들어오는 집이네요”하고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세 식구의 생활공간과, 아내의 일터가 결합된 두꺼비집은 도시 배경의 한 조각으로서 작용한다. 집을 지을 당시 데면데면 했던 이웃들이 집이 완공되고 나서는 새집이 들어와서 골목이 환해졌다는 말과 함께 매우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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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두꺼비집 프로젝트의 근간에는 건축주, 시공자, 건축가가 동일선상에서 작업을 하게 된 흔치 않은 경우였다. 안목이 높고, 이해력이 뛰어난 건축주와, 예전부터 같이 작업해왔던 믿음직하고 뛰어난 시공자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디자인 과정에서부터 건축주, 시공자, 건축가가 동일한 포지션으로 같이 논의하였고, 대구에서는 흔치 않은 경량목조주택의 설계와 시공 부분에는 건축가가 좀 더 면밀한 작업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공사 시에도 건축주의 의견과 건축가의 생각에 인테리어를 베이스로 디자인과 감각을 겸비한 시공자의 노하우가  보태져 좋은 매무새로 꼼꼼히 지어졌다.
뒤늦게 알고 보니 건축주는 한동안 서울에서 우리 사무소 근처에 살았었고, 서촌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었다. 아마도 설계를 의뢰받기 전 동네에서 우연이라도 몇 번 마주 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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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를 하고 두어 달 지나 자리가 잡힌 두꺼비집에서 삼간일목 식구들과 건축주, 그리고 시공자와 함께 모두 모여 넓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장면과 그 향기, 그리고 집을 뛰어다니며 노니는 네 살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아른거린다.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또 우리는 겹쳐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멀리서 보면 모두 어느 한 켠에서는 겹쳐져 있다. 그리고 그 겹침으로 인해서 고리가 되고 인연이 닿는다. 사람을 만나게 되고 집을 짓게 되고, 그 안에 소중한 삶이 전개된다. 건축주, 시공자, 건축가가 같이 노를 저으며 행복한 섬에 다다른 좋은 기억으로 선물된 두꺼비집이 늘 따뜻하고, 밝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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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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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난로가 잘 어울리는 아담한 거실 전경

 


Living room
거실 책장 : 무인양품
소파 : 무인양품
쿠션 : 무인양품
테이블 : 주문제작
러그 : 비플러스엠
커튼 : 이케아
페인트 : 벤자민 무어(안방), 국산친환경페인트(그 외)
바닥 : 리우(Lieu)
페치카 : Nectre
바구니 : 자라홈
액자, 시계 : 빈티지
벽시계 : Ale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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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가구는 모두 직접 고르고 설치한 부부의 합작품이다. 

 


Kitchen
타일 : Cotto Mosaic tile
싱크대 : 이케아
싱크볼 : 이케아
수전 : 파포니
오븐, 냉장고 : LG 디오스
후드 : Haatz
전기렌지, 식기세척기 : 동양매직
식탁 : 주문제작
러그 : 유니온카펫
스툴 : 이케아
선반, 그릇장 : 이케아

 


구입한 대지는 산책하기 좋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고, 가까운 곳에 카페와 공원이 있어 아내가 주얼리숍을 하기에도 좋은 적당한 유동인구가 있는 장소였다. 
헌집을 철거한 후 빈 땅에서 세 사람(건축주, 시공자, 건축가)은 다시 만났고, 동서로 좁고 길쭉한 이 땅에 어떻게 건물을 채울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건축주는 2층 규모의, 연면적 약 30평의 공간을 상정해두고 그에 적합한 예산을 확보해 둔 상태였다. 배치계획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압축되었는데, 결국 ‘작은 마당을 어디에 두느냐’와 ‘주거공간과 숍의 연결을 어떠한 방식으로 푸느냐’ 였다. 고심 끝에 아내 영주 씨가 숍을 운영하며 수시로 네 살 아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서측에 마당을 몰아서 배치하는, 좀 더 통합된 공간 방식을 택했다. 1층뿐 아니라 2층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간구조와 심플한 건물형태를 지닌 현재 모습으로 말이다.

일단 두꺼비집은 크게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서측 마당을 면하고 2개 층 높이의 볼륨감을 지닌 거실과 주방 공간, 두 번째는 중앙에 위치한 서비스 공간인 화장실, 현관, 욕실 및 서재와 침실, 마지막 세 번째는 작업 공간이 함께 있는 복층으로 구성된 작은 숍이다. 이렇게 구성된 세 영역은 1층 매장에서 문을 열면 복도를 지나 거실과 주방으로, 작업실에서는 2층 서재가 연결되어 필요에 따라 집 전체가 이어져 개방되기도 하고 때론 주거공간과 숍이 적절히 구분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건물은 동서로 긴 박공지붕의 단일 형태로 북측의 뒷집을 배려해 건물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박공지붕의 모습이 내부에서도 충분히 느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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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전했던 공간도 주인의 감각이 더해지니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 숍 2층에 위치한 아내의 작업공간과 살림집 내 서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Study room
플로어스탠드 : Anglepoise
소파 : 무인양품
테이블 : 무인양품
러그 : urban outfitters
TV : LG retro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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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부 구조적 보강으로 사용된 ‘컬러타이’라는 부재를 노출시켜 구조적인 장식미를 살렸다.
건물에너지 손실의 30%에 달하는 창호부분은 삼중유리 시스템창호로 대응하고, 지붕은 이중지붕(Warm Roof)으로 계획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해 결로나 기타 하자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한 가지 재미난 부분은 입식생활을 원했던 남편 대일 씨의 요구대로, 바닥온돌이 아닌 라디에이터와 벽난로로 난방을 대신한 것이다. 따뜻해지면 자꾸만 바닥에 눕게 되고, 자세가 안 좋아진다는 그의 굳은 의지로 실현된 결과물이다(혹시 모를 나중을 대비해 시공자는 바닥에 온수 배관을 매설하였고, 추후에 기존 보일러와 연결하면 바닥 온돌 난방이 가능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따뜻하게 설계된 집과, 낮 동안의 충분한 채광 덕분에 3월초 입주 후 지금까지 온수를 쓸 때를 빼고는 거의 보일러를 틀어본 적이 없다고 부부는 전했다.
아파트에서 작은 단독주택으로 생활의 터전이 바뀌면서, 부부가 원했던 또 하나는 바로 화장실과 욕실의 분리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아이와 느긋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욕조 공간은 늘 바랐던, 가족에게는 아주 중요한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집은 낮에는 창을 통해 다양한 빛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창으로 은은히 빛을 발해 골목길을 밝혀준다. 마당 한켠에 마련한 텃밭 덕분에 아내는 할 일이 늘었지만, 가지런히 줄지어 심어 놓은 채소들은 부부의 정성에 보답하듯 푸릇푸릇 돋아나고 있다.
육아 때문에 포기할 뻔 했던 디자인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어 행복하다는 아내, 그런 엄마와 늘 함께라서 즐거운 아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지해 준 든든한 남편. ‘두꺼비집’이라는 이름처럼, 헌집을 내어주고 새집을 얻은 가족은 지금 이순간이 애틋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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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숍 한켠의 문을 열면 거실과 만나는 긴 복도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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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층으로 설계된 아내를 위한 작업실  ▶ 화장실과 분리한, 깔끔한 타일 벽 마감의 욕실. 가족만의 휴식공간이다.

 


Shop
팬던트 조명 : Tord Boontje
문 : 현장제작 - 목문

 

 

Bathroom
거울 : 이케아
샤워커튼 : 이케아
세면대 : 아메리칸스탠다드
수전 : 아메리칸스탠다드
타일 : 이낙스, 코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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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방에서 바라본 2층 복도. 어느 곳이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어 아이는 늘 즐거워 한다.   ▶1층에 배치한 아담한 부부침실

 


Bedroom(아이방)
침대 : 이케아
침구 : 아덴아나이스
서랍장 : 이케아
램프 : 이케아
바구니 : 자라홈



Bedroom(안방)
침대 : 무인양품
침구 : 무인양품
램프, 인퓨저 : 무인양품
바구니 : 비플러스엠
클로짓 : 주문제작

 


권현효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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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원과정을 마쳤다. 소오건축과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을 설립했다. 이후, 집은 건강하고, 맑은 삶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건축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패시브하우스 및 한옥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2012년에는 에코아일랜드 비지터센터와 에코체험센터가 제7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에는 산청 율수원으로 제3회 대한민국한옥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하였다.

02-6338-3131, www.sg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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