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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집에 관한 기록 / W+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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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2-02 / 전원속의 내집

가족의 머릿속에만 그려져 있던, 깔끔한 외관의 집 한 채가 완성되었다. W+house는 집을 짓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그들의 수고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취재 김연정   사진 최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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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이 집을 감싸 안은 듯, 화이트 외관과의 어우러짐이 멋스럽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대지면적 : 460㎡(139.15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10.09㎡(33.30평)
연면적 : 153.01㎡(46.28평)
건폐율 : 23.92%(법정 40%)
용적률 : 33.06%(법정 100%)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2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 경량 철골 구조
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철골 구조, 조적조 위 지정 도장, 발수제 도포, 지붕 - 철근콘크리트조, 우레탄 도막 방수, 무근 콘크리트, 투명 에폭시 코팅, 인조 잔디 취부
지붕마감재 : 경량철골구조, CRC Board 11T 2PLY, 메쉬 위 지정 컬러 스터코플렉스 마감
단열재 : 비드법 2종 가등급 100㎜, 열반사 단열재 10T
외벽마감재 : 조적조 위 지정 컬러 도장, 발수제 도포, 지정색 드라이비트 마감 혼합
창호재 : WIT. 77㎜ 알루미늄 단열바 시스템 창호, 3중 로이 유리 31㎜
설계 및 시공 : 100 A 070-8860-9135 www.100a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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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한 면을 가득 채운 전면창이 내·외부 소통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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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로 쌓은 입면에도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2014년 2월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3달쯤, 아직 미완성된 담 너머로 두 돌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빙판길 차도를 지나 대문 앞 초인종으로 다가왔다. 전날 내린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가 오가는 차량에 이내 도로는 빙판길이 되어 버린,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는 될 듯한 날씨에, 누굴까?
“저기 죄송해요. 집이 정말 예뻐요. 실례인 줄 알지만 집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

흔쾌히 그녀에게 집을 보여주고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도 해주었다. 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아이 아빠와 같이 저녁에 다시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집 근처 북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서 우리들은 다시 만났다.

아빠, 엄마,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9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엄마 품에 안긴 막내. 네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선 자리에 앉았다. 아이를 한 손에 안은 채로 또 다른 손으론 종이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하얀 우드락으로 몇 번은 떼었다 붙였다 반복한 흔적이 엿보이는 주택 모형이었다. 그러고선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꽤 많은 양의 주택 사진과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다.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지칠 법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내내 엄마의 눈동자는 9살 아들의 그것처럼 초롱초롱했다. 집에 대한 이야기가 대략 끝날 때쯤 아이 아빠는 일정과 예산에 대한 간략한 계획을 말하곤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침묵은 나 스스로도 꽤나 길다 생각했으니 아마 그들은 더 길게 느꼈을 테다. 아이 아빠의 말을 듣기 전의 내 표정은 “네 가능합니다. 얼른 착수하시죠”였지만 예산을 듣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두 달여 전쯤 끝난 비슷한 규모의 전원주택 공사의 빠듯했던실행 단가와 비슷한 예산이었는데 이는 공사 이익을 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의 간절함에 얼른 정신을 차리곤 “네, 가능합니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전달받은 예산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설계계약서를 작성하고선 서로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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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몄다. 헤링본 바닥 패턴으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다음날 아침, 점점 식어가는 커피와 아직도 끊지 못한 담배를 물고선 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까지 사이트에 머물렀다. 그때 생각한 내용은 사이트와는 전혀 상관없었고, 오랜만에 사춘기 때나 갖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전날의 일이 발단이 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클라이언트를 봤지만 그들처럼 모형물, 수많은 이미지와 가족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구성, 그리고 상세한 설명들까지 준비해온 이는 없었다.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에 매우 흥분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던 듯하다.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그런 후 두 달 여쯤의 시간 동안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드디어 첫 삽을 떴다.

W+house의 사이트는 북한강을 마주한 산자락의 끝, 경기도 양평에 위치하였다. 당시, 대지 위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집을 지을지에 대한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건축주로부터 설계를 의뢰받고 처음 이 대지를 찾았을 때, 대지와 마주한 산자락 풍경에 넋을 놓았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만남으로, 분명 대지가 和(화)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공간은 빛과 기록(White & Write)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게 될 사람들의 인생의 기록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과 같은 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집의 건축은 단순하고 검박해야 했다. 이것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담아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건축은 낯설수록 매력적이다. 이 공간은 볼수록 다른 얼굴을 그리며,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얼굴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은 가족만의 시간과 추억을 채울 수 있는, 빈 그릇 같은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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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경치를 품은 집의 모습이 아름답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친환경 모르타르, 회벽 연마, 투명 코팅 마감, 미송 합판 위 지정 컬러 스테인 도장 마감 혼합
바닥재 : 에코 티크 브러쉬 원목 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자체 제작(미송합판 위 스테인 도장 틀, 컬러 금속 마감)
조명 : LED 조명
계단재 : 셀프 레벨링 위 논슬립 투명 에폭시 도장 마감
현관문 : 자체 제작 (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S’STL 수퍼 미러 마감)
방문 : 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백색 하이그로시 마감
붙박이장 : 자체 제작(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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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은 심플한 화이트 벽면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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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지붕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주방.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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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층고의 주차공간  / 
▲ 심플한 욕실은 스틸 소재의 하부장과 돌 세면대로 포인트를 주었다.

 

 

2014년 9월, 부부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키를 건네주었다. 어떠한 공간이 되었든 기분 좋은 첫 만남과 치밀한 과정의 시간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들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연락을 해왔다. 부모님, 지인들을 초대했었는데 모두 집이 너무 예쁘다 했다며 고맙다고 작은 선물까지 보냈다.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온 낯선 인연…. 참으로 보람된 작업을 한 것 같아 뿌듯함이 밀려왔다.
‘W+house’에 살고 있는 가족은 외딴 곳에 집을 짓고 이삿짐을 풀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다. 또한 집이 완성될 생각에 잠 못 이룬 밤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고가 또 하나의 꿈을 이뤘음으로 바라보길, 그리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글·최봉국 


건축집단 100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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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일, 박솔하, 최봉국 등 3명의 건축가가 이끄는 100 A는 2013년 개소한 건축사무소이다. 100 A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순수성, 수 이상으로 하나의 상징성을 갖는 100을 대하는 미학적 의견과 태도 그리고 그것과의 소통을 통한 정리와 해답의 인문적 기록을 건축으로 남기고자 한다.
주요작품_ 양평 S house, 잠실 YAN 레스토랑, 양평 전원주택 단지, 포천 탐앤탐스, 홍대 cafe MOOA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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