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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부부가 고친 달콤한 신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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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9-08 / 전원속의 내집

최근, 아파트가 주를 이루던 주거문화에 또 하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원주택에서의 편안한 노후를 기다리기 전에, 젊은 세대들이 과감히 마당 있는 집을 택하기 시작한 것. 부동산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노후주택을 매입해 자신만의 집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오랜 세월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힌 집들, 그 안에 담긴 그들만의 취향을 엿본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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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전면창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마당 데크로 연결된다. 소파 뒤 벽에는 욕실, 주방과 같이 화이트 무광타일에 블랙 메지를 넣었다.

여좌천을 따라 한가로이 거닐며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동네, 경남 진해의 한 주택가에 32살 동갑내기 부부가 새 둥지를 틀었다. 대학 때 만나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이 아파트 전셋집에 살다 3년 만에 얻은 ‘내 집’이다. 낡을 대로 낡은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이 집은 건축 설계를 전공한 아내 한형경 씨가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을 실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 살며 그저 춥고 불편했던 기억만 있던 남편 김영진 씨는 처음엔 아내의 생각에 반대했다. 하지만 마당 있는 집에서의 여유로운 일상을 떠올려보라는 형경 씨의 달콤한 꼬임과 계속되는 세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금은 오히려 영진 씨가 내 집 자랑에 여념이 없고, 집 근처 철물점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었을 정도다.
진해의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부동산보다 매물 정보를 먼저 파악했을 정도로 열심히 집을 찾아 헤맨 지 1년, 마침내 두 사람은 세워두었던 기준에도 부합하고 시세보다 낮게 나온 구옥을 만났다. 그렇게 집을 사고 고치는 데 든 총비용은 같은 면적의 아파트 값보다 저렴하다. 지금은 새로 고친 집에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터.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들이 이제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무용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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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fore

“집을 매입할 때는 구조를 확인할 수 없어요. 일단 뜯어봐야 아는 거죠.”
부부는 고민 끝에 ‘그래도 기본은 간다’는 80년대 빨간 벽돌집 위주로 매물을 탐색했다. 외진 골목이 아닌 도로변에 있어야 하고, 편의시설이 멀지 않은 곳에 남향집일 것도 중요했다. 처음엔 모든 집이 잘 고쳐놓으면 될 원석같이 보였는데, 1년쯤 지나니 시세도 알게 되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감도 생겼다. 중간에 계약이 몇 번 틀어지는 시행착오 끝에, 지난 4월 부부는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났다.
집을 계약한 후, 형경 씨는 단독주택 리모델링 전문회사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건축을 전공했고 2년 동안 아파트를 설계한 경력이 있지만, 신축이 아닌 기존주택을 고치는 데는 그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도 수많은 스케치와 3D 작업을 직접 하고 설계자와 수시로 대화하며 집의 모습을 함께 갖춰나갔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꼼꼼한 성격과 집에 대한 애정을 짐작케 한다.
집에서 가장 신경 써서 설계한 곳은 2층 안방이다. 아파트 설계를 하며 실용성과 효율성에만 치중했던 한계를 깨려고 많이 노력했다는 그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ㄱ자로 꺾이는 공간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세 개의 구획으로 구분하고 때로는 벽처럼, 때로는 하나의 방처럼 여닫을 수 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맨 먼저 침실, 다음으로 파우더룸, 가장 안쪽에는 드레스룸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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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안방의 첫 번째 공간인 침실

HOUSE PLAN
건물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78㎡(23.60평)
연면적 : 134㎡(40.54평)
구조재 : 조적조
지붕재 : 슬라브 지붕
단열재 : 포그니 20T, 스터코 외단열시스템
외벽마감재 : 스터코
창호재 : 영림창호
설계 및 시공 : 테라디자인 070-4038-7916  www.renohouse.co.kr


한 달에 걸친 설계 작업 후, 본격적인 철거공사에 들어가자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건축물대장 상에는 준공연도가 80년대로 나와 있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 지어진 집이 분명했다. 건축물대장에는 80년대에 2층을 증축하면서 등록한 듯했다. 쓰러질 듯한 집에 구조를 보강하는 데만 예상보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었고, 이에 따른 설계변경도 여러 번 거쳤다.
“특히 계단실엔 사연이 많아요. 외부계단을 철거하고 내부 주방에서 2층으로 올라가도록 설계했는데, 철거해보니 계단 시작 부분 천장에 큰 보가 지나가고 있었죠.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매일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게 될 상황이라, 거실 쪽으로 변경했어요.”
이 때문에 처음 계획보다 거실 면적이 꽤 좁아졌다. 계속된 증축으로 1~2층 사이 슬래브를 잘라내고 나니 그 두께가 1m가 넘는 것도 문제였다. 콘크리트 폐기물이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나와 철거비용이 많이 추가된 것은 물론, 계단실 높이도 더 높아지게 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계단을 오르내리기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거실을 조금만 더 넓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었다. 계속된 아이디어 스케치와 조율 끝에 지금의 계단실이 탄생했지만, 공사하고 보니 원래 계단실 자리였던 주방 벽면에 전기 콘센트와 스위치가 하나도 없어 추가 공사를 해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철거 후 설계 변경이 자주 있다 보니 작업자들과 소통이 완벽하기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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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는 주방. 주문 제작한 싱크대의 파스텔 컬러가 실내를 환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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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 데크에서 여유로운 한낮을 즐기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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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자 구조의 2층 안방 입구   ▲ 산뜻한 느낌의 1층 욕실   ▶ 파란색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주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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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한 주택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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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반려묘 미호와 챠미  ▶ 1층 마당에서도, 2층 베란다에서도 부부는 언제든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듣다 보니, 이쯤 되면 신축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싶어 물었다. 형경 씨는 “그래도 전체 비용을 생각하면 리모델링이 낫다”고 답한다. 신축은 터파기부터 기초공사를 새로 해야 하고, 기반 시설 등의 설비공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단열공사, 구조변경 등 주택은 어떻게 고치는가에 따라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집이 완공되고 나서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것 하나부터 모든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손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면 진짜 ‘내 집’이란 생각에 더욱 애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웃음).”
리모델링 전 과정을 이끌었던 형경 씨와 각종 서류, 행정 처리 등을 도맡아 아내를 믿고 묵묵히 뒷받침해주었던 영진 씨의 손에서 태어난 달콤한 신혼집. 요즘 영진 씨는 각종 공구를 들고 집에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느라 바쁘지만, 왠지 더 신이 난다. 부부는 이 집에서 최소 10년은 살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말마다 끊이지 않는 가족, 친구들의 방문과 마당에서 즐기는 기분 좋은 휴식, 햇빛과 바람에 바짝 말라 보송보송한 빨래, 이 모든 것이 담긴 집에서의 일상이 두 사람의 선택에 확신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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