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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엄마아빠가 직접 고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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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9-05 / 전원속의 내집

최근, 아파트가 주를 이루던 주거문화에 또 하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원주택에서의 편안한 노후를 기다리기 전에, 젊은 세대들이 과감히 마당 있는 집을 택하기 시작한 것. 부동산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노후주택을 매입해 자신만의 집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오랜 세월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힌 집들, 그 안에 담긴 그들만의 취향을 엿본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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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를 전공한 아내와 건축공학을 전공한 남편, 세 살배기 장난꾸러기 첫째 아들과 이제 200일 된 갓난아이의 둥지가 충남 예산의 한적한 마을에 뽀얀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서한나, 이승우 부부가 고쳐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집이다.

번잡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이 마을에 뚝딱뚝딱 집 고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다. 돌 전까지는 순하기만 했던 첫째 로운이가 개구쟁이로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부는 주택에서의 삶을 생각했다.

“그래, 마당 있는 집으로 가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

부부의 꿈은 자신들이 찾던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낡은 구옥을 발견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널찍한 마당이 있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집. 많지 않은 예산에 딱 맞는 크기의 적당히 오래된 집을,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발견한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래도 명색이 건축 전공자인데… 아무리 낡아도 새것처럼 고쳐서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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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FORE _ 구운 벽돌로 만든 연와조 구옥.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1층에 비해 2층은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구옥을 사고 나서 어떤 집을 만들지, 어떻게 고칠지는 전적으로 아내 한나 씨의 몫이었다. 캠핑을 즐기는 남편은 2층에 널찍한 데크와 마당에 장비를 넣을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고, 아내 한나 씨는 탁 트인 주방과 책이 잔뜩 꽂혀 있는 서재를 원했다. 당시만 해도 말에 서툴렀던 로운이는 이 낡은 집 마당 한 구석에 있는 블루베리 나무 앞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실 방긋거리며 열매 따먹기 바빴다. 그들이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를 하나씩 모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가는 즐거운 계획 과정이 끝나고, 실측을 위해 공간을 살피러 온 한나 씨는 집을 자세히 보고는 고민에 빠졌다.

“아뿔싸! 낡아도 너무 낡은 집을 골랐다.”

분명 확인한 뒤 계약을 했지만, 다시 가서 보니 담은 쓰러지기 직전이었고 내어 달은 불법개조 부분은 철거하는 데도 수백만원은 족히 들어 보였다. 전 주인이 이사 가고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처음에 꿈꿨던 2층 데크와 놀이 공간 겸 독서공간이 있는 계단, 넓은 욕조가 있는 욕실이 한나 씨의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지워져 갔다. 우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철거비와 불합리한 구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구옥은 벽돌 조적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체가 하중과 횡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구조를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창의 위치와 크기 변경에도 제한을 받는다. 철거를 진행하며 처음 계획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오래된 세월만큼 집도 여러 번 개조되었고, 집의 상황이 겉에서 보기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공간 배치와 구조도 다시 고민해야 했다. 있는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되, 실 용도를 변경하고 계단실의 위치를 바꾸며 외장 마감재를 크게 손보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간이 이렇게 정해지기까지 수십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는 한나 씨. 너털웃음을 짓는 한나 씨를 옆에서 지긋이 지켜보는 승우 씨의 눈빛이 굳건하다. 지난한 설계변경 과정과 힘든 시공을 묵묵히 응원하며 그녀의 선택과 판단을 믿어 준 남편이 그녀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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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가로창을 낸 복층 공간은 서재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이다. 계단 밑에는 식구별로 책상을 나란히 두었다. ▶ 원래는 식탁을 두려 했던 공간은 남편 승우 씨의 강력한 요구로 거실이 되었다. 비싼 벽면 미장 대신 벽지를 시공해 아낀 비용으로 포셀린 바닥 타일에 투자했다.  

HOUSE SOURCE

건물위치 : 충청남도 예산군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59.77㎡(18.08평)

연면적 : 103.04㎡(31.17평)

구조재 : 연와조

지붕재 : 아스팔트싱글

단열재 : 외단열시스템

외벽마감재 : 드라이비트

창호재 : 시스템창호

설계 : 서한나

시공 : 직영공사

 

우리집은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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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는 5개월 동안 온 가족은 철거부터 시작된 대부분 공정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증축부 기둥 보강공사와 지붕 경사 변경 등 안전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벽돌을 쌓고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들은 가족이 직접 했다. 방을 욕실로 바꾸고 주방을 확장하기 위해 상하수도 배관과 보일러 배관도 다시 잡았다.

“처음에는 두 배는 비싼 재료로 구상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예산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거예요. 중요도를 생각해 욕심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성능을 내는 재료들을 써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집은 1층과 2층 사이의 슬래브를 없애고 외단열 시스템으로 마감한 모습이다. 바닥에는 자갈을 깔아 온기를 좀 더 머무르게 하고, 창은 남쪽으로 크게 내 따뜻한 태양이 실내를 데우도록 했다. 맞창으로 바람이잘 통하는 집이 되도록 했고, 시멘트 벽돌을 가로방향으로 쌓아 로운이의 시선이 담장 너머에 닿도록 만들었다. 집은 그렇게 모양새를 갖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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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옥 2층의 거실과 화장실을 모두 걷어내고 안방으로 만들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부를 철거하고 일부를 남겨 안방 발코니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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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로운이와 룩이의 방. 자작나무로 만든 수제 목가구는 손재주 좋은 외할아버지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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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서 내려다 본 서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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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향으로 하루 종일 따뜻한 햇볕이 드는 식당 겸 거실

 

 

INTERIOR SOURCES

내벽 마감 : 개나리벽지 실크벽지

바닥재 : 포세린타일(수입) 거실-무광, 방-우드포세린

욕실 및 주방 타일 : 주방 - 수입, 욕실 - 국산

수전 등 욕실기기 : 양변기 동서이누스 C952, 세면대 수전 대림

주방 가구 : 공장제작

조명 : 거실 - LIMAS, Big S-Pendant

서재 - 노만코펜하겐, norm69

안방 - 필립스,

아이방 - 필립스 40593

계단재 : 미송 집성목

현관문 : 맞춤제작

방문 : 예다지슬라이드, 낙엽송 엠보합판

데크재 : 방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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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을 짜 넣어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보일러실로 나가는 주방 뒷문은 단열성능이 있는 시스템 도어를 설치해 단열을 잡았다.

새집의 노란 현관문에는 “좋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A good home must be made, not bought)”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만든 것은 비록 건물(House)이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좋은 우리 집(Home)을 만들고 싶은 부부의 의지를 담은 글이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습관이 탄생하리라는 부모의 믿음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일까? 세 살 로운이는 각 공간의 성격을 자기가 정하고 그곳에서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엄마의 일이었지만, 그 곳에 규칙을 만드는 것은 아이의 몫인 셈이다. 이제 곧 한 살이 되는 둘째 룩이도 분명 형을 따라 ‘나만의 공간 만들기’에 열중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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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로운이와 이제 막 200일이 된 룩이, 두 아이와 함께한 승우·한나 씨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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