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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향 가득한 하이브리드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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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4-12 / 전원속의 내집

 

 

세상 어디에도 사연 없는 집은 없다. 유달리 따스한 이야기가 있는 정윤·윤아네 집에서 인생의 고단함과 피로를 씻어주는 쉘터로서의 집, 그 본질을 발견했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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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어느 날, 그 볕보다 더 포근한 가족의 집짓기 이야기를 들으러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살아온 삶을 오롯이 반영하고 살아갈 삶을 준비하는 반석 같은 집.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사는 정윤·윤아네 집이다. 

예전 이 자리에 있던 낡은 벽돌집은 어둡고 환기가 어려워 곰팡이가 슬기 일쑤였다. 네 살 난 정윤이는 아토피에 걸렸고, 이제 막 태어난 윤아의 건강도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겨울에는 방 하나만 보일러를 돌려도 난방비가 40만원을 넘기 일쑤고 여름 냉방비도 30만원이 훌쩍 넘었다. 신혼부터 둘째 아이 출생까지 그곳에서 보내고 나니 ‘평생 살 집을 짓자’는 쪽으로 부부의 의견이 모아졌다. 

부부가 가진 돈은 2억원 남짓. 꼭 큰 면적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서리에 면한 땅에 남향의 볕이 잘 드는 대지 조건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집은 가족의 꿈과 성향,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남편은 유지보수가 크게 필요치 않은 집을, 아내는 따뜻하고 볕이 잘 들며 간결한 동선의 집을 원했다. 두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사색할 수 있는 집이여야 함은 물론이었다.  남편의 꿈인 번듯한 가게가 1층에 위치하고, 아내가 아이들을 모아 공부방을 열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된다면 금상첨화였다. 

헌데 집을 짓는 과정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한 철근콘크리트 전문 시공사와 계약하기 전날, 아내가 갑자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녀는 판에 박힌 상가주택 대신 따뜻한 분위기가 풍기는 목조주택을 짓고 싶다고 남편을 설득했고, 부부는 다시 한 번 의견을 모아 목조회사를 찾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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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이 들지 않는 코너 땅에 지어진 남향 집

HOUSE PLAN  
대지위치 : 광주광역시 남구
대지면적 : 142㎡(42.96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70.57㎡(21.35평)
연면적 : 211.71㎡(64.04평)
건폐율 : 49.7%
용적률 : 149.09%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1.4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1, 2층 – 철골조
           2층 - 벽체 목조 / 3층, 다락 – 경량목구조
지붕재 : 이중 그림자싱글
단열재 : 내단열 – 그라스울, 외단열 - 50T EPS패널
외벽마감재 : 스타코플렉스
창호재 : 미국식 시스템창호 / 천창 – 벨룩스
설계 : 건축사사무소 광야 062-361-9745
시공 : 꿈꾸는목수 1599-1723 www.woodenhou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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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전경  ▶ 거실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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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 출입구로 들어서면 곧바로 계단이 나온다.  ▶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실의 난간부를 나무책장으로 짜넣었다. 이 집에 있는 책은 5만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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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한 켠에 위치한 주방과 식당에서는 2층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아이들을 살피기 좋다. 


사실, 부부에게 이 집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상황과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연인이 될 수 있었다. 친구처럼, 또 연인처럼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두 사람이 만나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자녀들에게는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것이 집을 짓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때, ‘꿈꾸는 목수’ 소태웅 대표를 만났다. 건축 예산과 원하는 집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집을 지으려는 부부의 속사정을 경청한 소 대표는 이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는 설계와 시공에 꼼꼼히 반영했다. 오히려 건축주에게 “이 집에서 어떤 꿈을 이루고 싶나요?”라고 반문하며 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까지 구현해냈다. 그렇기에 이 집에 이유 없는 공간과 디자인은 없다.  


INTERIOR SOURCES
바닥재 : 2층 - 한솔참마루 락(그레이오크) / 3층 - 한솔참마루 락(에코오크)
욕실 및 주방 타일 : 대보 바이오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계림 욕실기구
주방 가구 : 에넥스
조명 : 순천광장조명
계단재 : 라디에이타파인 집성판재 TFJ
현관문 : 부성금속 단열도어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에넥스
데크재 : 레드파인 방부데크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면적은 70㎡(약 21평)가량. 가족이 두 개 층을 사용하고 당분간 1층을 상가로 임대한다면 주택건축자금을 일부 대출받더라도 이자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목구조로 층수를 높일 때 가장 큰 문제는 구조의 안전성과 층간소음이었다. 
이때, 건물 구조를 철골조와 목조의 하이브리드(Hybrid)로 제안한 것은 소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건물의 뼈대는 H빔 철골로 세우고 그 사이 벽체를 목구조로 채워넣는다면 이 두 가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 철골구조의 장점으로 장스팬(Long-span)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거실과 어린이공부방으로도 사용할 2층에 기둥 없는 너른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2층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용 공간, 3층은 부부와 아이들 방, 그리고 작은 가족실과 다락까지 갖춘 가족만의 아지트로 구분해 해결했다. 두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계단실도 분리 시공해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시공팀은 철골조와 목조의 접합부에 결로가 생기지 않으면서 구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철물을 적절히 사용해 고정하고, 단열재를 충실하게 충진하며 열교를 막기 위해 꼼꼼히 시공했다.  


한눈에 보는 하이브리드 주택 시공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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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은 온전히 가족만의 공간이다. 다락까지 트인 높은 층고의 가족실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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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위 다락에는 천창과 아지트 등 어린 자녀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 루버로 포인트를 준 아이방  


틈만 나면 현장에 방문해서 가구가 놓일 위치며, 볕이 드는 동선을 그려보던 부부와 아이들. 어느 날 아들은 엄마의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보고는 “엄마, 나 목수될래요!”라며 자신의 세 번째 꿈을 밝혀 가족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웠던 4개월의 공사기간이 지나고 지난 2월 입주한 가족은 집짓기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며 그 소회를 밝힌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걸 모두 치유 받은 기분이에요.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많이 생각했어요. 이렇게 좋은 집에 달랑 저희 식구만 살아도 되나 싶고요. 앞으로 살면서 감사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뜨는 해부터 지는 해까지 모두 담는 집. 그곳에 담길 가족의 이야기가 과거를 보듬고 미래를 활기차게 열어가는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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