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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에 오롯이 사색하는 집, aA Gallery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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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4-01 / 전원속의 내집

​자연과 어우러진 수묵화처럼 보고 있으면 가만히 마음이 정화되는 집. 흰 바탕에 검은 선, 수풀을 여백 삼아 지어진 집은 제주 유수암의 경치와 어울려 짙은 감동을 준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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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우측면에서 바라 본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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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하얀색 담 안으로 들어서면 크지 않은 마당과 낮은 데크를 가진 단순한 집을 만난다.

 

한라산 능선에 위치한 유수암은 제주에서도 시골로 치는 인적 드문 곳이다. 해발이 높고 주변은 온통 풀숲 천지였던 이곳에, 최근 한두 채씩 집들이 지어지며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망치 소리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초록의 생기도 더욱 짙어져 간다.

 

온통 자연뿐이던 이곳이 마을로 바뀐 건 새하얀 집이 들어서고부터다. 삼면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집은 디자인 잇츠의 김동표, 유경미 부부 디자이너의 첫 제주 작업물이다.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등 최고급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아 온 이들은 지난해 서울을 등지고 고향 제주로 내려 왔다. 그리고 유수암에서 집을 지으며 이제 막, 두번째 여름을 기다린다.

마을 전체가 숲과 억새에 둘러싸여, 여기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요. 최대한 자연에 방해되지 않는 집을 짓고자 했고, 창과 흰 벽만을 이용해 주변 풍광 속에 건축이 스며드는 디자인을 구상했지요.”

 

집을 에워싼 흰 벽에는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매일 다른 그림자가 새겨진다. 고정되지 않은 이미지는 어쩌면 정처 없기도 하지만, 자연이 그리는 수묵화처럼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단단한 벽은 제주의 유별난 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예부터 제주에는 초가지붕 위에 짚으로 띠를 만들어 동여 맬 만큼 바람과 비에 관한 채비가 엄격했다. 벽을 세워 거센 비바람을 막고 프라이버시까지 보호해, 마당을 한결 호젓하게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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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PLAN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대지면적  495㎡(149.74평)  

건물규모  1층 - 97.39㎡(29.46평), 2층 - 60.75㎡(18.37평) 

건축면적  97.50㎡(29.49평)  

연면적  158.14㎡(47.83평)  

건폐율  19.70%  

용적률  31.95%  

주차대수  1대  

최고높이  6.7m  

공법  기초 - 줄기초 위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구조재  벽 - 철근콘크리트조, 지붕 - 철근콘크리트조, 평슬라브 

지붕재  징크, 시멘트몰탈  

단열재  120㎜ 비드법단열재  

외벽마감재  슈퍼화인, 컬러강판  

창호재  이건창호  

내벽마감재  벤자민 무어 친환경도장   

바닥재  THK 15㎜ 원목마루  

계획 및 실시설계  디자인 잇츠 유경미, 김동표

인허가 대행  건축사사무소 정우  

시공  디자인 잇츠 070-4114-2152    http://blog.naver.com/design_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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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주출입구. 시간과 계절, 날씨에 따라 한 그루의 나무가 빚어내는 다양한 그림자들이 벽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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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는 암반이 많아 매트 기초를 주로 하지만, 이 집은 줄기초 위에 잡석을 다지고 추가 매트 기초를 하는 방식으로 토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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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구릉을 향해 열려 있는 거실창. 홍동희 작가의 조명 작품을 중심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가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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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앞쪽으로 나무를 심어 자연과 조우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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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간은 집의 진입부와 주방을 감싸 안는 멋진 배경이 되어 준다. /  ▶ 널찍한 아일랜드 테이블이 있는 주방 앞으로 큰 창을 배치했다.

 

 마당은 처음부터 세컨하우스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 관리가 어렵지 않게 잔디와 수목은 최소한으로 식재하고 나머지는 미니멀한 건물에 어울리는 판재와 낮은 목재 데크로 구성했다.  주방 앞쪽 마련한 수공간은 계절마다 그 쓰임이 다르다. 여름에는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 되고, 다른 계절은 물의 수위를 낮춰 수공간으로 활용한다. 유아풀을 위한 데크까지 따로 마련해 둔 세심함이 눈에 띈다. 내부 인테리어는 안과 밖이 하나되는 공간을 주 콘셉트로 잡았다. 창에 담기는 외부 풍경이 실내 연출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거실 한 면을 전면창으로 제작했다. 여기에 주방과 욕실, 메인 침실까지 넉넉한 창을 통해 내외부 경계가 허물어진다. 물론 이처럼 자유로운 디자인은 외부 담장으로 얻은 독립성 덕분이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의 열린 공간, 메인 침실과 욕실로 구성하고 2층은 침실과 욕실의 사적 공간으로 구분했다. 2층 복도 한 가운데 위치한 중정은  외기를 면하는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보이는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자연에서 접하는 물, 바람, 공기, 나무, 돌을 가장 근접하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어요. 세련된 동선 속에서도 풋풋함이 묻어날 수 있는 형태들을 고려했습니다.” 부부가 밝힌 인테리어 철학은 자칫 스쳐 지날 수 있는 작은 요소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도어와 벽난로 등 무게 있는 제품부터 콘센트나 손잡이, 경첩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예민하게 작업했다.  대문은 외부에서 잠금 해제 후 도어 전체를 밀며 진입하고, 좌측의 고정 도어는 로비폰이나 우편함 역할을 하며 필요할 때는 전면 개방도 가능하다. 현관문 역시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원형 아이콘 하나로 개폐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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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창 밖으로 보이는 흰 벽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방패막이다.  ▶ 1층에 자리한 메인 침실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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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 1F  /  PLAN –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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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벽면 삼아 하부에 에탄올 벽난로를 두었다.   ▶ 서재와 욕실 사이 중정이 있는 2층


INTERIOR SOURCES

페인트  벤자민무어 / KCC 숲으로  

몰딩  AL 메지몰딩(천장·걸레받이 몰딩)  

주방 벽면 마감재  윤현상재 THK 5㎜, 1200×600 자기질 타일  

욕실 마감재  1층 - 천연대리석 / 도브화이트,  2층 - 천연대리석 / 갈라라베이지, 윤현상재 자기질타일(이태리) 

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 스탠다드  

조명  거실 메인 팬던트 - 홍동희 작가 작품 / 기타 - 대일조명, 공간조명  

바닥재  거실·방 - 좋은집좋은나무 THK 15㎜ 원목마루, 화장실- 천연대리석  

주방기기  불탑(두오모)  

가전제품  냉장고·식기세척기·오븐·드롭탑 - GAGGENAU, 후드 - FALMEC 

현관문  주문제작  

방문  주문제작  

벽난로  주문제작 

가구  붙박이 가구(독일.이태리) - 주문제작(신명산업)          

        의자 - WELLS(웰즈), 테이블 - 주문 제작

패브릭  세덱 SEDEC(영국 디자인 길드)  

데크재  좋은집좋은나무 까마, 제주석, 콩자갈  

계단재  오크원목 집성재 

흔히 집을 짓다 보면 처음에 역량을 집중해, 최종 마감이나 조경에 와서 힘이 빠질 때가 많다. 게다가 육지와는 전혀 다른 건축 환경에서 부부만의 합심으로 이만큼의 완성도를 이룬 것이 실로 대단해 보인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낙천적인 작업자들 덕분에 가슴앓이도 많이 했어요(하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결과물도 더 좋아졌지요. 바로 곁에 같은 연작으로 두 채의 집을 더 짓고 있어요. 그 집들이 완성될 때면 저희도 제주살이에 흠뻑 취할 것 같아요.” 유수암에 그리는 새로운 마을은, 이들 부부처럼 제주 땅에 새로운 색을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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