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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좋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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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5-3 / 전원속의 내집

경기도 양평군의 평화로운 마을, 작은 산수유나무가 아늑하게 품어주는 벽돌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가족의 취향과 건축가의 배려로 지어진,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집안을 들여다본다.     

김창균  취재 김연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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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바이블’을 공동 집필하는 동안, 지인에게 양평에 대지를 둔 주택 설계를 의뢰받았다. 건축주는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중학생 아들을 둔 매우 소탈한 성격의 부부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35평 2층 규모의 따뜻하고 튼튼한 단독주택을 원한다고 전했다. 새로 부지를 개발하여 생기는 산수유마을 초입에 위치하고 다른 집보다 비교적 먼저 지어지는 만큼 외관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었지만, 건축주 부부는 그저 소박하면서 단단한 집이면 충분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또한 집은 남쪽을 향하고 텃밭을 일구며 집안 곳곳에서 책과 함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따라서 1층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적인 공간이면서 부부의 공간으로, 2층은 가족과 아들을 위한 사적인 공간으로 정했다. 허가 면적은 최대한 작게 하되, 부족한 부분은 다락을 이용해 채우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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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벽돌로 마감된 주택은 건축주의 바람대로 소박하고 단단한 모양새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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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내부와 연결된 작은 테라스 ▶ 현관 앞 포치. 남측 마당과 원경이 프레임 속에 들어온다.   


주어진 대지는 일반적인 전원 속 다른 부지와 달리 비교적 단순한 직사각형이었다. 내부 지향적으로 구성하고 남향으로만 배치할 경우, 자연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인공물로 남을 우려가 있었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증하였고, 결국 집 전체를 여러 개의 켜로 나누어 자연과 최대한 접하면서 조금은 느리게 생활할 것을 제안했다. 심플한 공간구성의 아파트에서 편하고 빠르게 삶을 살던 건축주 가족에게 속도보다는 가족만의 이야기와 다양한 접촉이 있는 집을 만들어주고자 했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발을 내딛으면, 안쪽으로 5개의 켜가 나누어져 있다. 우선 마을 입구이다 보니 현관을 적당히 가릴 벽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대신 남북으로는 벽을 두지 않고 열어두기로 했다. 벽을 보고 진입하다 방향을 돌리면 남측 마당과 원경이 프레임 속에 들어온다. 이로 인해 현관 앞에는 자연스레 비와 햇빛을 피하는 포치가 만들어졌다. 전이공간인 입구 데크를 지나 현관에 들어서면, 홀-거실과 식당-작은 도서관-안방 공간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각 공간은 다양한 방향과 거리감을 가진 창문을 통해 외부 풍경을 끌어들여 차이와 풍성함을 주었다. 입구 홀과 작은 도서관은 1층에서 주요 공간을 연결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작은 도서관은 공적인 거실에서 사적인 안방을 분리하여 별채처럼 보이도록 함과 동시에 남북으로 창을 내어 자연을 끌어들였다.


건축주 부부는 이곳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것이다.  설계 과정 중, 건축주는 시골에서 가끔 이곳을 방문하실 어머님을 위한 공간을 요청했다. 어머님 방은 별도로 구획하지 않는 대신 거실과 연계하여 미닫이문으로 분리와 확장을 할 수 있게 해, 손님방 등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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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상부가 오픈되어 집안 전체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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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가 마을 입구인 만큼, 현관을 적당히 가려줄 벽을 설치했다.  ▶ 마당을 향한 전면창과 천창이 집안으로 자연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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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닫이문으로 공간의 분리와 확장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 아들의 방. 다락은 아이의 놀이터 겸 취침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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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모여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될 장소  ▶ 거실상부의 다락공간이 시선을 끈다. 

 

수평 공간의 흐름을 5개의 켜로 나눔과 동시에, 곳곳에 단 차이를 두어 기능의 분리와 수직이동의 즐거움을 주었다. 집 안에서 실제 몸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크기는 2층 이상이다. 안방은 거실보다 조금 높게 분리되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상부가 오픈된 공간 속에 위치하여 집안 전체를 느끼며 움직인다. 각 레벨별로 총 3개의 다락 공간을 배치하여 수직적 변화와 함께 부족한 공간을 보충했다. 안방의 수납전용 다락은 계절별 짐을 보관하고, 주계단과 연결된 다락은 가족이 모여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 상부 다락은 아들 방에서 아이의 놀이터 겸 취침 공간이 된다.


환경친화적이고 단열성이 우수한 2×6 경골목구조를 바탕으로, 외벽 마감은 러시아산 고벽돌로 결정하였다. 고벽돌은 마을 입구에서 소박한 느낌으로 표현됨과 동시에 건축주 부부의 기품을 나타내면서 미래에도 함께 세월의 흔적을 나누게 될 것이다. 여기에 현관 앞 가림벽은 스터코 뿜칠로 마감하여 고벽돌과 대비를 이루면서 정갈함과 동시에 미니멀한 입구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남측 거실과 안방 전면에는 차양을 가진 툇마루를 설치하여 햇빛을 조절하고 외부에서의 깊이를 주었다.


양평 주택은 건축가 자신의 공간과 형태가 아닌 건축주 가족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채우고자 하였다. 주어진 땅 주변과 솔직하게 대화 하며 그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고 동네와 어울리는 존재가 될 것이다. 앞으로 노란색 산수유 꽃처럼 소박하지만 행복을 전달하는 기품 있는 주택이 되길 바란다. <글 _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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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계단과 이어지는 또 하나의 다락 공간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지역지구 : 보존관리지역, 준보전산지
대지면적 : 630.0㎡(190.5평)
건축면적 : 113.4㎡(34.3평)
연면적 : 127.7㎡(38.6평)
다락방 : 7.2평 별도
건폐율 : 18.0%
용적률 : 20.3%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기초) + 경량목구조
외부마감 : 치장벽돌(고벽돌), 스터코 뿜칠 마감
시공 : 하우징플러스(백균현)
설계담당 : 최병용, 장근용, 편혜숙, 임보람
설계 : 김창균(UTAA 건축사사무소) 02-556-6903, www.utaa.co.kr


건축가 김창균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에이텍건축사사무소와 리슈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후, 2009년 4월 UTAA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1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작품 : 서울시립대학교 교문, 보성주택, 파주사이마당집, 서교동 BNB 리모델링, 포천 피노키오, 과천과학관 감각놀이터, 철원 주택, 삼청가압장,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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