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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을 위한 긍정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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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5-7 / 전원속의 내집

완벽한 외부도, 내부도 아닌 공간이 많아질수록 공간은 풍성해진다. 예를 들어 천장이 있지만 벽이 없는 필로티라던가, 바닥과 벽은 있지만 천장은 없는 데크가 그 대표적인 예. 비용과 규모의 문제로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는 실현할 수 없었던 이러한 ‘중간 성격’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은 집에 컬러풀한 색채를 입히는 일등공신이다.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두 개의 흰 박스가 1,2층으로 교차된 채 대지에 앉혀 있다. 거대해 보이는 외관과 다르게 집은 85㎡ 이하의 국민주택 규모이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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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의 말 - 
건축은 문화이기에, 다양한 주거의 모습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주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제까지 배워온 것보다는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젊은 건축가로서 여러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집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다채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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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메스가 십자로 교차되어 건물은  연속적인 채움과 비움의 공간을 갖는다.   


서울 양재에서 자가용으로 20분 거리, 아직은 사람 손을 덜 탄 경기도 용인 고기동의 자연 속에 그리 뽐내지도, 그렇다고 흐릿하지도 않은 하얀 집 한 채가 서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와 진돗개의 믹스견인 둥이가 본분을 망각한 채 손님을 보고 꼬리를 흔드는 이 집은 건축가 송태성 씨의 자택이다.  

 

건축가가 집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 
패션디자이너가 입는 옷이 그 사람의 디자인능력을 검증하듯, 건축가가 지은 작품, 더구나 자신의 집은 그 사람의 디자인 철학과 주거를 바라보는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렇기에 건축가에게 자택을 짓는다는 의미는 그 사람의 건축 인생을 총망라하는 일종의 ‘대사건’이다. 건축가 송태성 씨도 언젠간 자신의 집을 지으리라 생각해왔지만, 이 ‘집짓기’의 시기는 계획보다 일찍 찾아왔다. 
그 역시 두 아이가 태어나고 가족구성이 달라지자 더 이상 아파트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이 나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아이들이 주눅들까 노심초사 염려하며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도 더 이상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부부는 이전부터 꿈꾸던 ‘내집 지어 이사가기’를 실현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풀어놓고 싶었고 일상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삶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자연스레 분주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교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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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크리트로 마감한 마당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뛰노는 놀이터다.  ▶ 도로에 면한 북측면은 에너지 절감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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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비 오는 날에도 필로티 하단부와 입구의 포치에서 소꿉장난을 하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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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공간, 나의 집 
주택 설계는 어렵다. 한두 가지 목적만을 가진 상업공간의 설계와는 다르게 24시간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 되는 곳으로서 가족의 생활 패턴과 생애 주기를 파악하고 제도와 기술, 법규 그리고 자본이라는 제약 속에서 공간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성원들 각각의 다양한 욕망을 3차원의 공간에 구현해 꿈을 현실화시키는 역할이 건축가의 소임이다. 건축가는 집의 모양이나 외장재 등 보여지는 것을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구성원들의 욕망을 적절히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집짓기가 시작되고 송태성, 강남이 씨 부부는 각자 역할을 맡았다. 건축 설계를 비롯한 공간의 구성은 전적으로 남편의 몫, 공간의 쓰임을 결정하고 가구 위치를 정하는 일은 아내가 맡기로 했다. 아이들과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아내였기에, 건축가는 두말 않고 이 역할을 일임했다.   


- 중간 성격의 공간, 필로티와 데크 -  
건축가는 중간 성격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 이곳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활동을 풍성히 하고 싶었다. 아파트에서는 가질 수 없는 공간들이기 때문이다. 마당에 데크를 설치해 거실의 확장을 꾀했고, 건물의 일부를 필로티로 들어 올려 날씨와 관계 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포치로 활용했다. 건물 규모에 비해 심리적으로 입구부가 과대한 부분이 있지만, 계단부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비 오는 날 의자 하나 두고 책도 볼 수 있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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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창을 활짝 열어 데크와 연결해  연속적인 공간으로 넓게 사용한다. 

공간에 ‘담을 것’을 먼저 생각하자  
설계를 하며 송태성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만들고 싶은 가정의 모습’이었다. 새로 지어질 집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부부는 각 방을 최소한으로 구성하고 대부분의 활동은 공용 공간인 주방과 거실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1층에는 공용공간을 두어 접근과 확장성을 꾀했고, 조용한 2층에는 각 방을 배치하게 됐다.  선택과 집중으로 오밀조밀하게 공간이 구성된 까닭에 국민주택(85㎡) 이하로 지을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주택 취등록세 절감과 대출금을 마련하는데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 공간에 쉼표를 만들자 - 
2층의 길다란 메스는 자칫하면 너무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를 염려한 건축가는 아이들 방과 부부침실 사이에 쉼표 공간을 만들었다. 비오는 날, 창을 통해 우수집하장치에서 떨어지는 미니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감상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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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집수장치를 통해 떨어지는 빗물은 바닥의 자갈에 닿아 경쾌한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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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행동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방에서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잠만 잘 것인가? 건축 내내 부부의 대화 내용은 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각 실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설계안에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례로 거실을 만들 때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소파’였다. 소파를 놓을지 말지를 가지고 고민한 이유는 콘센트와 천장 등기구의위치 등 설계 시부터 고려해야 할 배선과 동선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 물론 콘센트도 여기저기 설치하고 형광등도 크게 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낭비는 결국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부부는 아이들이 뛰노는 어린 시기까지는 소파 없는 트인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차후 소파를 둘 것을 고려해 배선과 가구의 위치 및 크기를 정했다. 처음부터 필요를 결정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 중 하나이다.   


시공자와 감리자의 역할 
“설계자도 중요하지만, 시공자, 감리자를 고르는 것도 중요해요. 자기 집처럼 제대로 지어주는 이를 찾아야 비로소 ‘따뜻하고 비 안 새는 좋은 집’을 완성하죠.” 대형건물 뿐 아니라 주택 설계도 시공과 감리가 중요하다. 구조에 무리는 없는지, 시공상 어려움은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건축을 전공한 아내의 능력은 이곳에서 십분발휘됐다.  

- 공용공간 거실부 -
가족은 1층의 거실 겸 주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거실은 TV를 없애고 ‘행위’를 넣었다. 책을 보고, 바닥에 장난감을 어질러 노는 공간. 이곳에 설치된 아일랜드 주방은 안주인 강남이 씨와 가족이 얼굴을 대면하고 함께 대화하며 요리하는 공간이다. 기존의 주방일이 가사노동으로 느껴졌다면 TV가 없는 거실과 일체형 주방을 만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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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은 아일랜드 주방으로 설치해  가족 구성원의 소외 없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 명료한 내부 공간 -
계단부와 복도에 많은 면적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흰색 친환경 페인트마감으로 밝은 공간을 만들었다. 2층에 방이 3개 있음에도 병렬로 배치해 쉽게 읽히는 명료한 공간이 되었다. 집안의 등은 LED로 설치해 에너지를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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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오는 계단에서부터 길게 뻗은 복도는  건물 동선의 주축이 된다. 북쪽면 하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간접광은 하루종일 실내를 은은히 비춘다.  ▶ 모서리에 창을 내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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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의 우측은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좌측은 안주인이 혼자 공부하거나  커피를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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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여정, 건축 
건축주로서 그리고 건축가로서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설계해 보자!’ 마음먹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내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념도 마음껏 펼칠 심산이었다.  “집을 세 채 정도 지어봐야 기술자가 된대요. 젊을 때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어요.” 송태성 씨에게 이번 작업은 책상에서 배운 주택 설계의 디테일을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 구조의 단단함과 마감의 견고함 - 
원하는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서 구조적 제약이 없는 철근콘크리트 공법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외부는 백색의 STO 외단열로, 100㎜ 두께의 단열재를 부착하고 STO 마감에도 각별히 신경썼다. 내부는 석고보드를 대지 않고 바로 친환경페인트로 마감해 곰팡이나 결로를 피하는 방법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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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은 열기가 많이 모이는 공간임을 감안해  창을 많이 낸 덕분에 올해 여름은 더운지도 모르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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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출입구. 우측은 거실 및 주방이, 정면에는 2층 계단이 나오는 명료한 동선이다.  ▶ 계단실 상부는 큰아들 현욱이의 다락 공간이다.  

 

가족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대화 속에서, 그리고 시공자와의 의견 나눔 속에서 이루어지는 건축가의 역할. 그 속에서 느낀 기분 좋은 에너지의 충돌은 송태성 씨의 앞으로의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시작은 아이들을 위한 집짓기였지만, 스스로에게 자양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 소민이가 가방을 벗어던지고 강아지 둥이에게로 내달린다. 부부의 눈길이 자연스레 아이에게로 향한다. 이 집은 가족에게도, 그리고 건축가 스스로에게도 긍정의 건축이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대지면적 : 464.00㎡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92.75㎡
연면적 : 84.93㎡(확장형 발코니 포함 102.45㎡) 
건폐율 : 19.98% 
용적률 : 18.30%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7.05 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 벽식구조 
구조재 : 철근 콘크리트조 
지붕재 : 철근 콘크리트 슬라브 
단열재 : 지붕 THK 200 EPS 판넬, 벽 THK 100 EPS 패널
바닥 : THK 100 EPS 패널 
외벽마감재 : 외단열 시스템 + 초소수성 실리콘 페인트(STO) 
창호재 : THK 24㎜ 칼라복층유리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계획 및 실시설계 : 나오스 건축사사무소 010-4655-8318 http://blog.naver.com/tae88888
시공 : 디자인하우스 박병규 011-9156-0482 

HOUSE SOURCES
내벽 마감 : 국산 실크벽지, 시멘트 모르타르 위 국산 친환경페인트 
바닥재 : 한샘 강마루, 국산 폴리싱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국산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요업 
주방 가구 : 한샘 시스템키친 
조명 : 필립스 
계단재 : THK50 라왕목 원목 
방문 : 예다지 ABS도어 
붙박이장 : 한샘 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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