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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 일자(一字)집 / 포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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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4-5 / 전원속의 내집

긴 담장 아래에 앉아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모든 일상에 여유가 생긴다. 은퇴 후 건축주의 삶을 고려해 설계된 주말주택. ‘담장’이라는 요소로 자연과의 소통을 조율한 건축가의 노력이 스며 있다.  

취재 김연정  사진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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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포천의 깊은 골짜기 수목원에 주택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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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놓아 남향집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건축물의 법적인 정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지붕의 유무이다. 하지만 지붕을 올리는 법적인 건축 행위에 개념적으로 선행되는 과정이 바로 주어진 땅의 경계를 정의하고 그 안을 성격이 다른 여러 영역으로 구분하는 행위다. ‘담장’은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인공 요소이다. 담장을 세움으로써 비로소 안과 밖, 이쪽과 저쪽이 구분되고, 담장의 높이에 의해 이들 간의 다양하고 풍부한 관계가 설정된다. 그리고 담장에 난 개구부는 안팎, 피차의 시각적·물리적 소통을 미묘하게 조율하는 장치가 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713.90㎡(215.95평)
건축면적 : 124.05㎡(37.53평)
연면적 : 148.18㎡(44.82평)
건폐율 : 17.38%
용적률 : 20.76%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철골조
외부마감 : 목재, 벽돌, 징크
시공 : 위빌시티
조경 : 김경원
설계담당 : 강동기, 신수정, 오은성, 김보람, 김선진
실시설계 : (주)더스틸건축사사무소(김정훈)
기본설계 : 이동훈(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부) 02-3277-6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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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경관을 언제든 즐길 수 있도록 전이공간인 데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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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종류의 담장이 집의 경계를 나누며, 각기 다른 크기와 분위기의 마당을 연출하였다.


경기도 포천의 한 호젓한 골짜기. 그 깊숙이 자리한 수목원 내에 대지(垈地)가 위치한다. 50대인 건축주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한 이른 준비의 일환으로 텃밭이 딸린 작은 주말주택을 원했다. 방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방 하나와 더불어 거실, 식당, 부엌, 욕실로 이루어진 홑겹의 ‘일자(一字)집’, 그리고 여기에 직교(直交)하는 벽돌로 된 담장이 이 집 배치의 뼈대이다. 

벽돌 담장은 앞마당의 동쪽 경계를 정의하며 진입도로로부터 앞마당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일자집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놓여 남향집의 장점을 최대한 취한다. 도로에서 대지로의 진입은 대지의 북동쪽 구석에서 이루어진다. 나무 담장이 대문과 현관문 사이의 진입마당을 둘러싸며, 그 서쪽 너머에는 돌담으로 경계지은 뒷마당이 생긴다. 이와 같이 일자집과 세 종류의 담장을 이용하여 각기 그 크기와 분위기가 다른 세 종류의 마당을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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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식당, 부엌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2층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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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면창을 통해 수목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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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내 대지가 허락하는 탁 트인 주변 경관을 최대한 향유하기 위해 ‘거실+식당+부엌’ 덩어리를 2층으로 올리고, ‘침실+욕실’ 덩어리는 마당과의 친밀한 관계를 염두에 두며 1층으로 내렸다. 그리고 계단에 의해 연결된 이 두 개의 덩어리들을 서로 엇갈리게 만들어 또 다른 두 개의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즉, ‘침실+욕실’ 덩어리의 상부에는 ‘햇빛 데크’를 마련하여 2층에서 바로 나와 먼 산의 경치와 햇볕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반면, ‘거실+식당+부엌’ 덩어리의 하부에는 ‘그늘 데크’를 마련하여 그늘 속 시원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앞·뒷마당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1층 덩어리의 외부 마감 재료는 연결된 동측 담장과 같은 벽돌로 했고, 떠 있는 2층 덩어리는 진입마당의 담장과 함께 나무로 마감하였다.

벽돌과 나무, 두 재료는 이 집에서 서로 직접 만나지 않으며 그 틈새에 금속으로 만든 대문과 현관문이 놓인다.   이 집에서 담장들은 건물만큼이나 중요하며, 건물 또한 다양한 외부공간을 산출하는 담장과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홑겹의 일자집은 일련의 담장들의 도움으로 땅과의 접촉면을 최대로 하며 대지를 ‘그러쥐고’ 있다. <글 _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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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데크로 가는 계단. 화이트 외벽과 계단의 유리난간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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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을 통해보이는 산세와 키낮은 책장

건축가 이동훈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보스턴의 구디클랜시(Goody Clancy)에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한국과 미국의 건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건축설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작품 : Open Innovation Jeju Institute Masterplan, 북부켄터키대학교 응용정보학센터 지명현상설계 당선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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